국제문화사업협회 수석 컨설턴트 존 밀러 방한
입력 2010-03-11 18:44
“사회 구성원 이해관계 조정 퍼실리테이터에 맡겨보세요”
“최근 한국 사회를 긴장시켰던 노사 간의 극한 대립, 광우병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에 ‘퍼실리테이터’가 존재했다면 문제가 좀 더 신속하고 심도 있게 해결되었을 겁니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국제문화사업협회(ICA)의 수석 컨설턴트이자 퍼실리테이터인 존 밀러(51)씨가 ORP연구소(대표 이영석)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ICA는 가나, 이집트, 잠비아, 방글라데시, 호주, 영국, 대만 등 세계 3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전파하고 있는 국제적인 비영리단체.
11일 서울 방배동 ORP연구소에서 만난 밀러씨는 “지역사회에서 그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그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게 퍼실리테이션”이라고 설명했다. 퍼실리테이션은 ‘용이하게 하다, 쉽게 하다, 촉진하다’라는 뜻인 라틴어 퍼실(facile)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떤 집단이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라고 한다.
“ICA가 조직된 배경에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시카고에도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을 비롯, 수많은 사람이 생존을 위해 몰려들었지요. 그러나 다양한 가치관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 자연히 갈등이 누적되었습니다. 마침 이들을 전도하고 있던 조지프 매슈 목사가 심층적인 대화를 통해 그 사람들이 처한 객관적 상황을 서로에게 이해시키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에 이릅니다.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점차 다른 도시로 확산되었지요. 이후 ICA는 지역사회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인간의 경험과 가치, 지혜의 공유를 촉진하는 퍼실리테이션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퍼실리테이션 기법이 이미 30여개국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것처럼 한국 사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퍼실리테이션 기법의 핵심은 믿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참여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성원의 창의성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지요.” 밀러씨는 13일까지 ORP연구소에서 세 차례 강연한다.
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