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 안중근 의사 갈라콘서트 지휘 이기균 교수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 뜻"

입력 2010-03-11 16:39


“안중근은 순국 의사이자 순교자였습니다. 손양원 주기철 목사님이 순교자이자 애국자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대의 신앙인들에게 애국심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공연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오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안중근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혹자는 급조된 관제 행사가 아닐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경성대학교 음악학부 이기균(51) 교수가 단장이자 지휘자로 이끄는 고려오페라단의, 100% 민간 주도 행사다.

이 콘서트는 광복 50주년이었던 1995년 전국 10개 도시에서 33회 연속 공연된 오페라 ‘안중근’(작곡 류진구)을 토대로 한다. 1부에서는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과 가야금 병창 등이 연주되고 2부는 본래 2시간30분 분량이었던 오페라를 50여분 안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음악 감독과 지휘자 역할 뿐 아니라 대관 신청에 후원자를 구하는 일까지 백방으로 뛰고 있는 이 교수는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1995년 러시아 유학 중 방학 때 들어와 이 공연을 봤다. 고려오페라단 초대 단장이었던 고 김수길 장로가 고교 은사였기 때문에 인사 차 간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의 인생 행로가 달라졌다.

“고려오페라단의 ‘애국, 신앙, 사랑’이라는 모토에 끌려 음악감독으로 합류했지요. 신앙의 가정에서 자랐고, 러시아에서 5년간 유학한 제 마음 속에도 그 세 가지 가치가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고려오페라단은 ‘에스더’(1996) ‘유관순’(2000) 등 오페라를 공연했고 2001년에는 ‘안중근’ 앙코르 공연을 다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그 이후 오랫동안 공연을 잇지 못했다.

“누구에게든 오페라 ‘안중근’ 이야기를 하면 ‘좋은 공연’ ‘꼭 필요한 공연’이라고 하지만 실제 도움을 주는 이는 없었어요. 문화 선교에 적극적인 교회들조차 ‘안중근은 천주교 신자’라며 외면할 때가 가장 안타까웠죠.”

2007년 김 장로가 타계했지만 이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쯤 명성교회 수요예배 지휘자를 맡으며 매일 새벽집회에 나가 기도했고, 기도할수록 공연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난해에는 공연장 대관까지 하고도 후원금 부족으로 취소했고, 올해는 공연장 대관이 안 돼 포기 직전까지 갔지만 극적으로 순국 100주년인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관이 성사됐다. 안숙선 명창과 서울대 음대 김인혜 박현재 교수를 비롯한 쟁쟁한 성악가들이 참여하게 됐고 오케스트라도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유학파 65명으로 순조롭게 조직됐다. 아직 후원금이 부족하지만 이 교수는 공연의 성공을 자신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멤버들과 전국을 순회하겠다는 포부도 품고 있다.

“애국심과 신앙은 별개가 아닙니다. 신앙이 깊을수록 나라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이 공연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