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과부 “지역교육장 공모제로 전환”
입력 2010-03-11 01:34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계 비리 근절책의 일환으로 그동안 교육감이 임명하던 지역 교육장직을 공모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교장 공모제 대상을 전체의 10%로 확대하고 4년씩 최장 두 차례만 할 수 있는 교장중임제 적용 대상에 초빙교장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0일 “잇따라 불거져나오는 교육계 비리의 배경에는 교육감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예산 집행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며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고 자의적인 예산 집행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은 “교육장 임명권이 교육감 선거의 전리품이라는 얘기까지 있다”면서 “교육장 공모제 등 투명한 절차를 통해 능력 있는 분을 교육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교육장 공모제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 기여한 참모들을 지역 교육장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등 인사권을 편파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교육계 내 줄대기 현상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교과부는 교육장뿐 아니라 교장 공모제를 현재 전체 초·중·고교의 5%에서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초빙교장 임기의 경우 중임 제한 적용을 받지 않아 교장 임기를 늘리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 규정도 정비하기로 했다. 교장이 되면 4년씩 두 차례 최장 8년까지 할 수 있지만 8년 교장을 지내고도 정년(62세)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중임 적용을 받지 않는 초빙교장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교과부는 시·도 교육청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 참여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과부는 또 16개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용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가 심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교과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6%에 달하는 보통교부금 역시 구체적으로 용도를 설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극력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민주당 소속인 이종걸 국회 교과위원장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새로운 교육자치의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교육감 권한 축소 대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일단 교육감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법 개정보다 대통령령·조례 등을 고치면 곧바로 실시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교육감의 재정권을 제약하는 것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해 인사권 축소는 대통령령과 각종 규칙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인사권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교육공무원임용령,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대통령령에 집중돼 있다.
교육감은 교장을 포함한 교원 인사·징계 결정 권한과 교육 재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실제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 교사 처벌 문제와 관련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교과부의 처벌 권고를 무시한 바 있다. 또 최근 6·2 지방선거의 핫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 문제도 교육감이 마음만 먹으면 실현이 가능하다. 교과부가 교육 비리를 계기로 교육감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