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적응 행동반경 좁아 멀리 못갔다” 프로파일러 예측 적중

입력 2010-03-11 00:55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에 투입된 범죄심리·행동 분석 요원인 ‘프로파일러(Profiler)’들은 피의자 김길태가 멀리 도주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했다. 김길태는 10일 범행 현장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서 검거돼 이런 분석이 적중한 셈이 됐다.

프로파일러들은 김길태가 20여년간 사상구 일대에서만 생활해 이 지역 사정에 훤한데다 교도소 수감 생활을 11년이나 해 극단적 심리 불안감과 대인기피 등 공황 증세를 보인다는 점, 휴대전화와 운전면허가 없고 인터넷을 쓰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자신의 집이나 범행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은둔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상구를 세 부분으로 쪼개 경찰서 1곳에 구역 한 곳씩 맡기는 식으로 대대적인 정밀 수색을 벌였고, 빌라 옥상까지 올라가보던 중 김길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파일러는 2007년 3월 제주에서 실종됐다 40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양모(9)양 사건 때도 범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검거에 도움을 준 바 있다.

다른 범죄 전문가들도 은둔형 생활을 한 김길태의 행동반경에 대해 프로파일러와 같은 의견을 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길태는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 유형의 스타일로, 이런 사람들이 성격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성적인 방법”이라며 “사회에도 적응을 못해 휴대전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김길태의 행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어렸을 때부터 고립된 상태로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인물로 당연히 행동반경이 제한돼 있어 사건 현장을 못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