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양 어머니 “養父와는 아는 사이라 뭐라 해야할지…”
입력 2010-03-11 03:59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김길태) 부모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가족들은 10일 피의자 김길태가 검거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 덕포동 33㎥(10평) 남짓한 집에 몸져 누워있던 이양의 어머니(38)씨는 “김길태의 양아버지와는 같은 동네에 살고 두세 번 본 적도 있는 아는 사이”라며 “친아버지가 아니니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김길태는)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래도 범인이 잡혔다니 다행”이라며 “다시는 우리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고 당국의 철저한 예방 대책과 치안 강화를 주문했다.
이양의 아버지(40)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길태 압송 과정을 TV로 지켜본 이씨는 “우리 딸이 너무 불쌍하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형량이 선고돼 다시는 햇빛을 못 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사상경찰서 인근까지 갔다가 아는 형사의 권유로 집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고 한숨지은 뒤 김길태가 자신의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는 말에 “DNA까지 나온 마당에 도대체 정신이상자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또 “심장이 떨려 말이 안 나오지만 (피의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과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흘 전 소식을 접하고 전남 화순에서 온 외할머니(71)는 “사람도 아니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며 “낮에 잠깐 하늘을 쳐다보며 손녀 생각을 하다 눈물이 너무 나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양의 오빠(15)는 “아직 동생이 죽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지만 범행 과정을 철저히 밝혀내 어린아이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길태의 양부모도 아들 검거 소식을 접하고 침통해했다. 아버지(69)는 “아들이 죄를 지었으면 온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어머니(66)는 몸져 누운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30여년 전 부산 주례동의 한 교회 앞에 버려진 김길태를 입양해 키워 왔다.
부산 =이영재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