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압송 이모저모… “빈집서 라면 먹으며 도망”
입력 2010-03-10 21:11
10일 경찰에 붙잡힌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수사본부가 있는 사상경찰서로 압송된 김길태는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회색 후드 티와 검은색 점퍼 차림의 김길태는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 수염이 덥수룩했고, 눈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자란 머리카락에도 비듬이 잔뜩 붙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며 취재진 앞에 선 김길태는 이양 등에게 사과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중생 이모양을 아느냐”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는 이양의 집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했다. 김길태는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갔으며, 그동안도 빈집에서 라면을 먹어가며 도망다녔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또 “왜 그동안 도망다녔느냐”는 질문에는 “그전에 한 일(지난 1월 부산 사상구에서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사건) 때문에 도망다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상경찰서에 취재진과 주민들이 몰려들자 경찰서 정문을 차단했고 현관과 형사과 앞에는 전경들이 이중삼중 통제선을 구축하고 출입자를 통제했다.
김길태는 검거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경찰은 마스크와 모자 등을 씌우지 않은 채 얼굴을 공개했다. 그동안 흉악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던 것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사상경찰서 주변에는 김길태 검거 소식을 접한 시민 수백명이 몰려 김길태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주먹을 날리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상당수 주민은 김길태가 경찰서 안으로 사라진 뒤에도 오후 6시가 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성토했다. 덕포동 주민 박모(56)씨는 “짐승만도 못한 끔찍한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법을 고쳐서라도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55ㆍ모라1동)씨도 “온 동네를 공포 속에 떨게 한 놈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면서 “부산시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