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양지선] 갈등 깊어지는 문화예술계

입력 2010-03-10 21:20

‘시위 불참 확인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작가회의 사이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술위는 지난 8일 작가회의 측에 공문을 보내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 요구를 철회했다. “확인서 형식과 일부 내용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확인서 요청을 철회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작가회의가 예술위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가회의 측은 “예술위의 공식 사과 여부와 관계없이 현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개선될 때까지 저항적 글쓰기 운동을 이어가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작가회의는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던 계간지 ‘내일을 여는 작가’를 정간하고 대신 오는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문화예술위 정문 앞에서 거리 낭독회를 열기로 했다. 낭독회에는 올 봄호에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던 시인 박남준, 김선우, 이현호, 소설가 이후경, 한지혜씨 등이 작품을 낭독할 예정이다. 거리에 나서더라도, 굴욕적인 지원금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 셈이다.

사실 사태의 단초는 예술위가 제공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예술위는 지난 1월 작가회의에 불법시위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작가회의 측은 지난달 20일 총회를 열고 예술위의 반문화적 행태를 비판하며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초대 문화예술위원장을 지낸 평론가 김병익(72)씨가 사재를 털어 당초 작가회의가 받을 예정이었던 지원금 액수인 34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예술위의 확인서 요구는 문화적인 사회에서 생각할 수 없는 행위”라며 예술위를 비난했다.

예술위는 홈페이지에 “예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예술은 자유의 토양에서 피는 꽃이다. 예술위가 진정으로 훌륭한 예술을 위한다면 정부 비위 맞추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분을 곱씹어 볼 때이다.

양지선 문화부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