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력차별 철폐 강하게 밀어붙여라
입력 2010-03-10 18:31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정부 부처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채용과 승진에서 학력 요건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그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학력으로 인한 차별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학력 요건을 완화하거나 자격증으로 대신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총리실은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6월까지 전부 시정하도록 지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이 일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아 반갑다. 끝까지 밀어붙여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
고교 졸업생의 82%가 대학에 진학하고, 조금이라도 더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차별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이를 절감한 부모들이 자식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비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만병의 근원인 학력차별 문제만 해결되면 특목고, 사교육비, 등록금, 3불 정책 등 다른 문제는 저절로 풀릴 수 있다.
대학의 졸업 여부가, 그리고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삶의 희망을 짓밟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수학능력은 그 중 하나일 뿐이며 이를 갖고 그 사람의 경쟁력을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모든 사람은 공정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고졸 출신도 능력이 앞서면 승진과 급여 등에서 대졸 출신을 뛰어넘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 뿌리가 깊고 기득권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이 수년전부터 입사지원서에 학력기재 난을 없앴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알게 모르게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도 고졸 출신이 임원이 되면 신문에 나는 실정이다.
관건은 추진의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사지원서에는 본인은 물론 부모 학력까지 기재했고 키와 몸무게 등 신체조건, 출신지역, 혼인여부까지 밝혀야 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공공기관부터 학력차별을 완벽하게 없애면 점차 민간으로 확산될 것이다. 정 총리가 의지를 갖고 강력히 추진해주기를 거듭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