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虛言된 민주당 ‘개혁공천’

입력 2010-03-10 18:29

우근민 전 제주지사 복당을 놓고 민주당이 시끄럽다. 그의 전력 때문이다. 원래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우 전 지사는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도지사에 당선됐다. 우 전 지사는 재임시 도청 사무실에서 여성을 성희롱한 혐의로 고발돼 2006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04년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지사직을 잃었다. 민주당 당원 자격도 자동 상실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우 전 지사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허가했다. 지도부가 직접 제주에까지 내려가 복당을 간청했다고 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천정배 의원과 김민석 최고위원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우 전 지사 복당 기자회견에 배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복당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당원자격심사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않았다. 민주당이 이처럼 우 전 지사에게 파격에 가까운 대우를 해주는 이유는 단 하나, 제주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선 가능성 앞에선 과거의 부적절한 처신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후보자의 사소한 문제까지 들춰내 ‘자격이 없다’며 거세게 몰아붙이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내에서 “우 전 지사가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밀약설이 떠돌 만도 하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 당선돼 철새 논란을 빚은 서울 중구청장도 받아들였다.

높은 도덕성을 후보 영입 기준으로 삼겠다는 정세균 대표의 약속은 허언(虛言)이 됐다. 기껏 성희롱 전력자, 철새 정치인이나 영입하면서 개혁공천 운운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순간의 실수나 과오가 영원히 주홍글씨로 남아야 하느냐” “한나라당도 우 전 지사를 못 데려가 난리였다”며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민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4년 전 전철을 되풀이할 생각이라면 우 전 지사 등의 복당 취소를 요구하는 당내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해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