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기자본 규제를” 그리스 총리, 美에 요청

입력 2010-03-10 18:20

투기적인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투기적인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거래가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규제를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파판드레우 총리는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도 이날 회담을 갖고 “(파생거래 규제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의 게리 겐슬러 선물거래위원장은 즉시 “국제 규제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공동의 목표를 성취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온도 차이는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연합(EU)은 국채 거래와 무관한 CDS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파생금융상품 시장 전반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자는 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10년간 그리스 정부의 재정 자문을 맡아 장부상의 부채를 줄이도록 했으면서도, 지난해 7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는 ‘일부 선진국가의 부채가 생각보다 심각하니 이들의 CDS를 사라’고 권했다고 9일 보도했다. 당시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 중 부채가 가장 많았다. 골드만삭스는 “통상적인 투자 전략을 설명한 것일 뿐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리스 재정 자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위기를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DS란=특정 채권의 부도 위험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특정 국가의 채권을 살 때 CDS를 함께 사놓으면, 신용등급 하락이나 채무불이행 때 보상받을 수 있다. 문제는 CDS 거래의 대부분이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부도 가능성에 돈을 거는 ‘파생 거래’라는 점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