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원 여성할당법안 상원 통과… 싱총리 “양성평등 큰 걸음”
입력 2010-03-10 20:33
인구 12억의 인도가 9일 양성 평등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인도 상원은 9일 정부가 전날 제출한 의원 여성할당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86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상원 정족수는 245명이지만 법안에 반대하는 소수 정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법안은 연방의회와 지방의회에서 의원 정수의 33%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에 즈음해 이뤄진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만모한 싱 총리는 “여성 해방을 향한 역사적인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 여성은 아직 가정 폭력과 건강, 교육 접근권 등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이는 종식돼야 한다”며 “이번 법안 통과는 인도의 민주주의 심장이 건강하게 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1996년 처음 상정된 후 우여곡절 끝에 가장 큰 장애물을 통과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분석했다. 법안은 하원으로 넘겨져 다시 표결에 부쳐진다. 외신들은 무난한 통과를 전망했다.
인도는 66년 첫 여성 총리 인디라 간디를 배출하는 등 사회 지도층에서 여성의 진출은 눈에 띄는 편이다. 현재 연정의 의장과 대통령, 연방하원 의장도 여성이다. 하지만 전체 인도 여성의 사회적 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하원의 여성 의석 비율은 10% 정도로 이웃 방글라데시(15%), 파키스탄(30%)보다 낮다. 2009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의 성 평등 정도는 조사 대상 134개국 중 114위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법안이 만연한 남녀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14년 만의 법안 통과엔 집권당의 노력과 야당의 협조가 작용했다. 집권 연정인 통일진보연합(UPA)을 이끄는 소니아 간디 국민회의당 당수는 8일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연정 내 이견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튿날 야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과 좌파당의 지지를 이끌어내 법안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대론자들은 여성 할당이 시행될 경우 무슬림 등 종교적 소수파나 사회적 신분이 낮은 계층 대표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그 자리가 상류층 남성 정치인들의 아내와 딸들로 채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라시트리아 자나타달당의 랄루 프라사드 야다브 당수는 “우리가 원하는 건 농부 서민 등 전체 인도 여성을 위한 진정한 법”이라고 일갈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