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트리즈 바람’ 분다] 포스코 트리즈대학 가보니… 모순 찾아 토론 또 토론

입력 2010-03-10 20:10


“고속으로 운항하는 선박의 ‘하이드로포일(hydrofoil·水中翼船)’이 물 표면에서 생기는 기포와 마찰하면서 망가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조별로 마련한 뒤 발표해 주길 바랍니다.”

8일 경북 포항시 효자동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 3층 315호 강의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포스코가 올해 야심차게 문을 연 ‘트리즈(TRIZ) 대학’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사는 트리즈대학 이희춘(48) 교수로 강의 주제는 ‘물질장 모델링 방법론’이라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였다. 수강생들은 대학이 정한 ‘레벨 2단계’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포스코 소속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었다.

9개 조로 나뉜 40여명의 수강생들은 강사의 과제가 떨어지자 삼삼오오 조별로 모여 토론을 시작했고, 이어 조별로 마련한 문제해결 방안을 발표하고 다시 토론했다.

수강생 이수찬(46·포스코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존 지식으로만 문제 해결에 접근하려고 했던 지금까지의 교육과 달리 트리즈대학의 강의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체크함으로써 오류를 줄일 수 있게 해 준다”며 “강의에 참여하면서 특정 사실에 대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정립할 수 있게 된 것이 수확”이라고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트리즈는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찾고, 그 기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충돌하게 되는 모순을 체계화된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문제해결 방법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트리즈 기법은 산업 현장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술적 모순과 물리적 모순으로 문제 요인을 나눠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기술적인 모순의 경우 대개 40가지 발명 원리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다.

‘창조적 혁신’을 부르짖는 포스코는 지난달 1일 미래창조아카데미에서 정준양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코 트리즈대학’을 열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트리즈를 도입해 100여개 과제를 해결하고 100여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포스코는 대학 개설을 계기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40∼120시간의 트리즈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포스코 트리즈대학의 교육과정은 트리즈 국제 공인 자격의 분류에 따라 ‘레벨 1’부터 ‘레벨 3’의 3단계 다섯 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트리즈 사용자를 위한 ‘레벨 1’ 과정은 교육 참여자의 직책에 따라 임원·챔피언 과정, PO 과정, 일반 과정으로 구분되며 창조적 사고와 트리즈에 대한 일반적 이해 및 과제 진행자의 멘토링 능력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된다.

트리즈 과제 수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레벨 2’ 과정은 실제 트리즈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트리즈 전문가를 양성하는 ‘레벨 3’ 과정은 과제 수행뿐 아니라 트리즈를 교육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이 목적이다. 포스코는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인증 받은 사원들에게는 인사 가산점도 부여할 예정이다.

미래창조아카데미 김영헌 원장은 “창조적 혁신을 이끌 우수 인력 양성과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연구원과 엔지니어는 물론 리더와 현장 직원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산시켜 업무 성과를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