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부, 교육감 인사·재정권 축소 추진 논란

입력 2010-03-10 18:29


“교육계 비리근절” VS “교육자치 훼손”

최근 청와대에서 교육감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교육계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선 교육감 권한의 핵심인 ‘인사권과 재정권’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기류는 교육감 권한 가운데 재정권보다는 인사권에 대한 제한을 가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재정권 제한이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것에 반해 인사권은 대통령령·조례 등을 고치면 곧바로 실시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교과부는 재정권 제한을 위해 매년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엄격한 용도 제한과 관리를 검토 중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나뉜다. 전체 예산 비율을 따져보면 보통교부금이 96%이며 특별교부금은 4%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특별교부금은 교과부 장관이 용도 제한을 정할 수 있지만 보통교부금은 이런 항목이 없다. 재정권에 제한을 가하기 위해선 교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교부금에 대한 용도 제한이 필요하지만 이는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한 사안이다. 현재 국회 교과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일 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이 극력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이종걸 국회 교과위원장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새로운 교육자치의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교육감 권한 축소 대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사권은 대통령령과 각종 규칙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인사권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교육공무원임용령,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대통령령에 집중돼 있다.

교과부는 일단 180개 지역 교육장에 대한 인사를 직접 행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은 “교육장 임명권이 교육감 선거의 전리품이란 얘기도 들린다”면서 “교육장 공모제 등 투명한 절차를 통해 능력 있는 분을 교육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교장 공모제를 현재 전체 초·중·고교의 5%에서 10%로 확대하고, 편법적으로 교장 임기를 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초빙교장 임기도 줄일 계획이다. 또 시·도 교육청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 참여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감 권한 축소는 교육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인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교육감 권한 축소 논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교사 처벌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이 교과부의 처벌 권고를 무시한 데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최근 6·2 지방선거의 핫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 문제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교육감은 교장을 포함한 교원 인사·징계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 역시 교육감이 마음만 먹으면 교육 재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교육감은 또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결정한다.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국제중 설립, 고입 선발고사 방식과 학원 심야교습 허용 여부 등도 교육감의 권한에 해당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