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선교 20년 강남순복음교회 오정숙 집사 “까막눈이지만 재소자 마음은 읽어요”

입력 2010-03-10 13:47


“재소자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자녀들이에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고 내 이웃,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제 바람이지요.”

오정숙(49·강남순복음교회 집사·사진)씨는 돈도 없고 도덕도 없는 교도소에서 자신이 부자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중에 18만원밖에 없을 때에도 교회를 세우는 기적을 이뤘다. 2004년 서울구치소 교회 건축이 그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내준 건축 헌금 덕분이었다.

오씨의 선교사역은 남편으로 인해 시작됐다. 그는 14세 때부터 남의집살이를 했다. 학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한글도 깨치지 못했다. 갖은 고생을 하다 4대째 예수를 믿는 남자와 결혼했다. 남편의 전도로 신앙을 갖게 되고 노방전도에 열심을 다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삿짐 차를 운전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내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보증금 50만원에 6만원짜리 사글세를 살던 오씨는 살아갈 일이 막막했다. 결국 9개월 된 큰아들을 데리고 파출부 일을 나갔다. 이 돈으로 남편에게는 영치금을, 교회에는 교정헌금을 했다. 이렇게 시작한 교정 선교는 20여년을 이어왔으며 신망애교정복지선교회에서 전도사 직분을 받고 현재 한 달에 한 번 강릉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인도한다. 춘천·원주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사는 지역이 강남인 덕에 가격표도 떼지 않은 재활용 옷을 주워다 팔아 매달 50만원씩 재소자와 출소자들을 후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역에 전념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후원으로 근근이 이들을 돕고 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는 소년원 아이들의 교정·교화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세상의 지식은 없지만 삶의 지식이 있고 아픔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를 잘 따라요. 이들에게 자신을 다스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며 절제를 가르쳐요.”

그가 사역한 교도소의 출소자 가운데 목사 안수를 받거나 교회를 섬기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감사편지를 많이 받을 때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며 두 손을 모으게 된다고 고백했다.

한편 출소 후 적응하지 못하고 노숙인으로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 푸드뱅크식으로 여러 곳에서 남은 식재료와 빵, 우유 등을 기부 받아 돕고 있다.

“기부 받으러 직접 가야 돼서 한글도 모르는 제가 기적적으로 운전면허까지 취득했어요. 그러나 어렵사리 마련한 중고차가 늘 말썽이라 요즘 차를 놓고 기도드리고 있어요.”

늘 바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 두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씨는 오늘도 핸들을 잡고 거리로 나선다(cafe.daum.net/ojs10041004, 02-557-6172).

글·사진=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