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프로그램 통해 회복된 가족들] (2) ‘한샘비전스쿨’ 다니는 김기수 군

입력 2010-03-10 17:22


친구와 공부방 가더니 고집 버리고 믿음 얻어

‘고집불통 기수가 달라졌어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기수(13·경기 고양시 대장동)군. 김군은 산만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이 센 아이였다. 매를 들어도 아무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이랬던 김군이 지금은 집중력이 생기면서 성적이 오르고 포용력이 생기면서 형과의 다툼이 줄었다. 여기에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됐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8일 한샘교회(담임 천복수 목사)의 ‘한샘비전스쿨’을 찾았다. 일산신도시란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경기 고양시 대장동의 외진 곳에 자리해 버스도 1시간에 한 번 다녔다. 이날 따라 유독 늦게 하교한 김군을 기다리다 서현주(52) 사모와 김군의 어머니 박희현(43)씨에게 비결을 들어보았다.

김군과 한샘교회의 인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군은 어느 날 친구 따라 공부방에 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집에서 형과 싸우고 말썽만 피우는 김군이 공부를 한다는 말에 ‘이게 웬일인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공부방이 교회 안에 있다고 해 한 번 더 놀랐다. 박씨의 친정은 신실한 불교 집안이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절이 있나 집 주변을 탐색하던 박씨였지만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공부방에서 매일 성경구절을 5절 쓰고 한자와 영어단어 외우기, 수학문제 풀기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기수가 잘 따라 하더라고요.”

그렇게 2년을 공부방만 다니던 기수가 5학년이 되더니 교회에 놀러간다고 했다. 공부방 다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면 온종일 있다 왔다.

언제부터인가는 박씨를 비롯, 비전스쿨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들이 교회에서 자주 모였다. 서 사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공부방만 해서는 안 되고 가정에서 도와야 한다며 어머니들을 소집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자주 교회에 가다 보니 교회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됐다. 그는 “솔직히 마음에 드는 절도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살짝 귀띔했다.

아침 잠이 많은 김군은 주일 예배에 참석하다 말다 했다. 이를 보던 아버지가 “교회에 가려면 가고 말려면 마”라고 하자 김군이 “아니야. 우리 하나님이 기다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씨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아이의 믿음이 깊어졌음을 알았다.

사회생활을 하며 좌절을 많이 겪었던 박씨도 결국 2008년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다 내려놓았다. 박씨는 머지않아 남편도 교회에 출석하리라 믿는다. 그는 지난해부터는 서 사모의 간곡한 부탁으로 비전스쿨 초등부 보조선생님으로도 섬기고 있다. 한샘교회에는 이들처럼 비전스쿨에서 변화된 자녀를 보고 전도된 부모들이 많다.

비전스쿨은 한샘교회가 지역사회의 청소년을 품기 위해 청소년 사역의 일환으로 5년 전 설립했다. 서 사모는 “험한 세상에서 아이들도 학원으로만 돌고 교회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처음 한 명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초등부와 중등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초등부는 서 사모와 박씨가 성경공부와 학교 공부 위주로 가르친다. 중등부는 명문대생들이 영어 수학 두 과목을 지도해 아이들에게 도전정신도 심어주고 있다.

교회 인근 학교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아이들을 한샘비전스쿨로 보내라고 부모들에게 권유할 만큼 확고히 자리잡았다. 아이들의 성적뿐 아니라 인성까지 좋아지는 열매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밤에도 교회를 개방해 탁구, 농구 등을 즐길 수 있게 해놓았다.

한샘비전스쿨의 꿈나무들은 수요일마다 공부방의 지침을 외친 후 각자의 책을 편다. “I can do it, God is with me.”

고양=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