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철거하려던 포스코 불법 건축물…軍, 돌연 “재검토”
입력 2010-03-10 04:42
군이 경북 포항시 인근 군사시설제한구역 내 대기업 불법 건축물을 강제 철거하려던 방침을 갑자기 바꿔 건축 허가 여부를 재검토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국회와 국방부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8년 6월 포항시 동촌동에 위치한 신제강공장 증축에 착공했다. 공사는 약 1년간 진행됐고, 건축물의 높이는 84.7m에 달했다. 공장 지역은 초계기인 P3와 링스헬기 등이 있는 전술작전항공기지인 해군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2㎞ 떨어져 있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비행안전 5구역이어서 66.5m 이상 구조물을 세울 수 없는 곳이다.
군은 지난해 6월 불법건축물을 발견하고, 조사 끝에 불법임을 확인했다. 포항시가 법에 규정된 군과의 협의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으로 건축허가를 내준 사실도 드러났다.
군은 곧바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포항시와 포스코에 허가취소 및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공사 재개를 희망했으나 군의 입장은 단호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이상희 장관 지시사항을 통해 해군에 “명백한 법률위반 행위로 유사사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르면 비행안전구역 내 불법건축물은 퇴거 요구에 불응할 경우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행정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하는 제도)’ 등을 통해 강제로 철거하거나 이전할 수 있다.
군은 국방부장관이 김태영 장관으로 교체된 뒤인 지난해 10월 행정대집행 실시 계획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두 달 동안 답변이 없었다. 그러다 12월 정반대의 지침을 내렸다. ‘건축물 설계변경 여부를 포스코와 협의하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허용높이를 재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군은 포스코를 방문해 국방부 지시사항을 검토한 끝에 모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재차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2월 국회 보고를 통해 올해 1~3월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 건축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이미 지어진 불법건축물을 대상으로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논리”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지침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1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역구가 포항인 동료 국회의원에게 ‘제발 봐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학송 국방위원장도 “포항에 지역구를 둔 이병석 의원 지역에 국방부 관련 민원이 제기됐고, 저에게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갑자기 입장을 바꾼 국방부나, 불법을 눈감아 달라는 기업논리가 제2롯데월드 허가 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