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또 급가속 사고… “전자장치 이상없다” 반박 수시간 만에 발생
입력 2010-03-09 20:59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8일 결함 논란을 빚고 있는 전자제어장치에 ‘이상이 없다’고 반박한 지 불과 수시간 만에 프리우스 차량의 급가속 사고가 발생, 좀처럼 궁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 1대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 8번 주간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갑자기 시속 94마일(약 151㎞)까지 올라가는 급가속 현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차량은 신고를 받고 출동, 주행선 앞으로 들어선 경찰차의 뒷 범퍼를 수차례 들이받는 방식으로 속도를 줄인 뒤 멈춰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 운전자는 샌디에이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량이 제동되지 않고 계속 속도를 내 겁이 났다”고 당시 순간을 전했다. 도요타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사고 수습 지원과 조사를 위해 차량기술 전문가들을 샌디에이고로 파견했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수시간 전인 이날 오전 도요타는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있는 북미 지사에서 급가속 문제에 대한 공개 검증 행사를 가졌다. 도요타는 이 자리에서 전자제어장치 결함으로 인해 급가속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이비드 길버트 남일리노이대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되받았다.
길버트 교수는 지난달 23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도요타의 전자식 스로틀 제어장치(ETCS)에서 다른 업체에서 찾을 수 없는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게르데스 스탠퍼드대 자동차 연구센터장은 시연회에서 “길버트 교수의 주장처럼 전선 배열을 비현실적으로 조작한다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는 전자 결함이 나타난다”고 반박했다.
도요타는 급가속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각종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용 블랙박스 기능을 개선키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향후 판매될 신차에는 차량이 일정 기준 이상 급가속될 경우에도 속도, 엔진의 회전수 등이 기록되는 블랙박스가 장착된다. 한편 도요타는 해외에서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지법인도 자체적으로 리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