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롤러코스터 남녀

입력 2010-03-09 20:04


한 케이블방송의 ‘롤러코스터’가 인기 있다는 말에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동영상을 틀어놓고 직원들과 점심 도시락을 먹은 적이 있다.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같은 주제를 놓고,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르게 생활하는지를 엮어 보여주는 내용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여직원이 많다보니 남자생활탐구에서는 “으악!”소리가 나오고, 여자생활탐구에서는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치기 일쑤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갓 여대를 졸업한 후배에게 물어보았더니 일부 과장된 부분을 빼고는 대부분 공감한다며 매주 챙겨본다고 한다. 자기와 롤러코스터 여주인공의 행실을 꼼꼼히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의 남자 친구에게 물어 보았더니 “대충 남자들은 그런 것 같은데, 여자들도 그러니?” 하며 오히려 반문을 한다. 태초부터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태초부터 함께 살아왔으면서 아직까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롤러코스터 파장은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남보원)’로 옮겨지더니, 온라인에서 남녀 간의 설전으로 치닫고 있다. 예전에는 혼자 속으로 끙끙 앓으며, 마음 불편해하던 것들을 이제는 너도나도 밖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인터넷 게시판에서 남자들은 ‘남성인권보장위원회’가 부디 장수프로그램이 되길 기원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상대로 ‘밥값이 그렇게 내기 싫은가, 여자들은 남자들이 귀찮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산다’며 공박한다. 많은 개인 블로그에서는 서로 공감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이 홍수를 이룬다.

하지만 상대방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에 대한 것을 차별성 논쟁으로만 이끌어가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각기 다른 차 맛을 입안 가득 음미하고 마셔 넘기듯이 다름을 알고 인정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 수 있을 때 오락프로그램 하나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웃음치료’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웃는 방법은 이렇다.

“눈은 초승달처럼 눈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입은 최대한 크게 벌립니다. 웃음소리는 길게 10초 이상 내주고, 웃을 때는 소리를 내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목으로만 웃지 말고 배로 웃어야 합니다. 얼굴로만 웃기보다는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르며 웃는 게 더 좋습니다. 앉아서 웃기보다는 서서 온몸을 이용해서 웃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억지웃음도 진실 웃음만큼이나 건강에는 좋다고 하니, 무조건 많이 웃으십시오. 웃는 만큼 행복해집니다. 그럼 이제 우리 함께 웃어볼까요? 우하하하∼”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