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안순권] 경제대국 꿈과 과제

입력 2010-03-09 20:04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끝났으나 감흥은 여전하다. 올림픽 영웅들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흐뭇해진다. 그들은 우리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했고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해외언론은 이를 계기로 한국경제의 도약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며 세계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한국기업을 배우자는 것이다.

듣기 좋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와 기업이 상대적으로 앞섰던 것은 선진국의 자책골에 의한 반사이익이 한몫했다. 반사이익은 오래 가기 힘들고 선진국 기업이 전열 정비를 마칠 경우 다시 버거운 싸움이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남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최근 완화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일시적 금융 불안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나 고용회복이 지연되어 서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세계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원화강세, 원자재가격 상승, 금리상승 등 신(新) 3고가 경제를 교란할 수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자신감 심어준 밴쿠버 쾌거

반면에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덕분에 미국·유럽 선진국과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잃어버린 20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의 차이 축소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호재다. 골드만삭스와 로이터통신이 잇달아 “한국이 세계경제대국이 된다”고 전망했을 때 반신반의가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밴쿠버의 위업은 “우리에게 못 넘을 벽은 없다”는 강한 자신감을 남겼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여 선진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빨리 좁히는 것이 국운상승기를 맞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국민과 정부가 “우리도 세계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이 있는 국민이 큰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불확실성에 놓인 우리 경제를 안정적 성장세로 유도하여 성장잠재력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경기회복을 저해하지 않고 인플레·자산거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적절한 출구전략의 시행이 그래서 중요하다.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고 내수기반을 확충하여 외부충격에 약한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미국·유럽 선진국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효율적 시스템과 기술력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여기에다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며 창의적 기술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동계스포츠에 대한 10년 이상의 긴 투자의 결실을 밴쿠버에서 거둔 것처럼 서비스산업 육성과 부품·소재산업 경쟁력강화, 녹색성장 등 경제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는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세계시장에서 통할 신상품을 개발하고 패기와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방안들에 역량을 모으려면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놀라운 성과는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했으나 대회 이후 정치적·사회적 혼란으로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제대로 승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도 여야의 극한대립과 세종시 논란이 가로막고 있으나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의 리더십 발휘해야

정치가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과 구조조정에 의해 경제의 기초체력은 강화하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한 사회적 책임의식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확인된 우리의 잠재력과 고취된 자신감을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경제대국에의 길로 달려가야 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