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SJ에 그런 기자도 있었나
입력 2010-03-09 20:04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황당한 저질 질문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람스타드 기자가 윤 장관에게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룸살롱 등 잘못된 직장 회식문화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한국의 회식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니와 룸살롱과 여성의 사회 참여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는 심지어 기업체 직원들이 재정부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려가는 것으로 안다는 등 막말을 하고, 간담회 후 대변인이 부적절한 질문이었다고 지적하자 육두문자를 쓰며 욕설을 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중심 인물이고 이날 간담회도 한국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많은 외신기자가 모인 간담회에서 한국의 룸살롱 문화 운운하며 본질과 관계없는 비하성 질문을 한 것은 어떤 의도를 가졌거나 언론인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 간담회에서는 WSJ 기자의 질의 내용이 잘못된 것임을 외신기자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한 윤 장관이 돋보였다. 그는 미국 기자의 저급한 질문에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답변을 했다. 또 재정부가 외신기자클럽과 WSJ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람스타드 기자에게 보도자료 등 공공 서비스를 중단키로 한 것도 적절한 조치다.
WSJ는 비교적 평판이 좋은 신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기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다지 신뢰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람스타드 기자는 지난해 8월에도 재정부 외신대변인에게 욕설을 했다가 사과 편지를 쓴 전력이 있고 이번에도 사과 메일을 보냈다는데 본사에서 이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WSJ는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때도 한국이 17개 신흥시장 가운데 세 번째로 취약하다고 보도했으나 우리는 가장 먼저 위기국면에서 벗어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뉴스 가치가 높은 아시아 3국 가운데 일본과 중국은 건드리지 못하고 한국만 만만하게 본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 언론을 마냥 무시해도 안 되지만 근거 없는 비방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