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의 씨앗 뿌리는 희망연대

입력 2010-03-09 20:04

한국 노동운동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을 내세워 지난 4일 출범한 ‘새희망 노동연대(희망연대)’가 변화의 중심에 섰다. 기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도해온 투쟁위주 노동운동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노동계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의 변신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지난해만 총 32곳, 조합원 3만8000여명에 이른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줄기차게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온 노동계가 20여년 만에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개발연대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짊어져온 노동계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6월항쟁 이후 봇물처럼 터진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계는 산업민주화와 노동자의 권리를 이 땅에 뿌리내리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노동운동의 중심은 정치투쟁으로 이동했다. 노사 대결구도는 상시화됐으며 붉은 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로 무장하는 파업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기 마련인 노사관계는 적대적인 모습으로 좌절했고 그 폐해는 노사를 비롯, 국민 모두에게 전가되기에 이르렀다.

일본에서도 패전 직후 10여년 동안 투쟁일변도의 전투적 노동운동이 전개됐지만 국민의 외면으로 노조는 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다. 결국 노사는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상호 협력으로 파이를 키우며’ ‘성과는 공정 분배한다’는 기본 3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일본의 고도성장이 노사협조주의의 산물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뒤늦게나마 노동계가 변신을 꾀한 것은 퍽 반가운 일이다. 8일 현재 52개 노조가 희망연대에 가입했다. 물론 노동계의 변신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전국금속노조 경주 지부의 총파업 소식이 또 들려온다. 그럼에도 대립과 협력을 통한 권익추구,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의 본류는 이미 분명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희망연대가 오는 5월부터 사회봉사활동을 실시하겠다는 소식도 반갑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