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퇴출’ 판정 후폭풍… 중소 건설업계 부도 공포
입력 2010-03-10 00:11
“올 것이 왔다” “다음은 어디지?” 성원건설이 ‘퇴출(D등급)’ 판정을 받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9일 중견·중소 건설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부도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도는 가운데 6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성원건설 어떤 회사, 이유와 파장=‘상떼빌’ 브랜드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4위의 중견업체다. 주택사업과 토목,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오던 성원건설이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말. 지난해부터 미분양 주택은 갈수록 쌓이는 데다 해외사업 진행까지 지지부진해지고, 신규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특히 지난해 8월 수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리비아 토부룩 신도시 주택건설 사업에서 선수금 1800억원을 받지 못한 게 타격이 컸다. 급기야 지난 1월 채권단 실사를 받게 됐고, 지난달에는 3년 전부터 진행해 온 640억원대의 바레인 입체교차로 건설공사마저 해지됐다. 회사는 임직원 월급 160억원을 8개월째 못주고 있다.
현재 성원건설이 끌어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규모는 9000억원대. 협력업체에 줄 돈도 1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사정 악화로 13곳에 달하는 국내외 사업장 공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성원건설은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장의 경우 아파트 계약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 모두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은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주 지연 등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될 성원건설의 청산 여부는 법원이 결정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성원건설이 상장사인 데다 국내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청산보다는 회생 결정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6월 위기설’ 현실화되나=업계는 성원건설 퇴출 판정이 건설사들의 ‘도미노’ 부도를 알리는 전조는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성원건설 외에도 5∼6개 중견 건설사들이 성원건설과 비슷한 상황에 봉착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6월 위기설’이 떠오르고 있다.
당장 다음달 예정된 채권 금융기관의 신용위험평가에 따라 건설사들의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다. 채권관리위원회(대주단)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을 전수조사로 평가하는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가름 난다. 그 시기가 대략 6월쯤인데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이들 업체는 대형 건설사처럼 토목이나 해외사업 등으로 수익을 보전할 만한 방안이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유상증자나 자기주식 처분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현 상황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 구조조정이 미진한 데 따른 결과 때문”이라며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