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모바일 금융서비스… ATM기 모자라고 카드가맹점 10곳중 9곳 결제 안돼

입력 2010-03-09 18:49


스마트폰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가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들도 모바일 금융 서비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고, 서비스 이용 고객도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모바일 금융에 필수적인 무선 결제 단말기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기반시설은 충분치 않아 상당수 이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용자는 느는데 기반시설은 부족=9일 금융권과 이동통신사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이용자는 지난 2월 말 현재 256만명으로 2008년 말 126만명보다 배 넘게 증가했다. 인터넷에 비해 해킹 위험성이 낮은 데다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애플사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면 모바일 금융 이용자는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원활한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시설은 크게 부족해 모바일 금융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카드 가맹점 10곳 중 9곳에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2월 말 현재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200만개로 이 가운데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곳은 대형 마트와 패밀리레스토랑 등 20만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모바일 뱅킹으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ATM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보유한 ATM 7229대 중 모바일 뱅킹 거래가 가능한 ATM은 3476대로 절반에 못 미친다. 우리은행 ATM 6779대 중 54.7%인 3711대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바일 금융 거래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거래 고객 1800만명 중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43만명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들이 모바일 거래를 한 건수는 평균 5.6건, 금액으로는 13조4000억원이다. 인터넷과 폰뱅킹 등 이용 실적의 6.9%에 그쳤다. 카드사 1위 업체인 신한카드의 모바일 결제금액은 14억3000만원으로 전체 개인 신용판매금액 58조5000억원의 0.0024%에 그쳤다.

◇업계 간 눈치 경쟁으로 투자 꺼리기 때문=업계에선 모바일 금융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업계 간 눈치 경쟁을 꼽는다.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로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서는 일명 ‘동글이’와 ‘RF(무선 주파수)’라고 불리는 무선 결제 단말기가 필요하다. 교통카드처럼 단말기 근처에 갖다 대기만 해도 카드를 인식하는 무선 단말기는 대당 설치비가 30만∼40만원으로 일반 단말기보다 10만원 정도 비싸 가맹점에서 설치를 꺼려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에 무선 단말기를 보급하려면 최소 18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업계에 무선 단말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과거 무선 단말기 보급을 전담했던 이통사들은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은행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이통사, 카드사, 가맹점, 은행 등 업종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경쟁사가 투자하면 무임승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