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日 최대 재벌 ‘미쓰이’ 작업장 3곳서 강제 노역 징용 조선인 46명 사망 명부 첫 확인
입력 2010-03-09 21:11
제1부 일본 3대 재벌의 전쟁범죄
③ 광산업 장악한 최대재벌 미쓰이
‘이름 김연수. 나이 30. 사망연월일 1943년 8월 26일. 본적지 경상남도 남해군 창강면 오용리.’
단지 이뿐이다. 사망 원인은 없다. 나라를 잃고 자유를 잃은 그들은 일본 땅에 끌려가 목숨까지 잃었다. 그러나 무슨 일로, 어떻게 죽어갔는지는 알 길이 없는 상태다. 이들의 사망 사실은 빛바랜 종이 몇 장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최대 재벌 미쓰이그룹 산하의 탄광 등에 강제동원됐다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둔 희생자 46명의 명단이 9일 확인됐다.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 위치했던 미쓰이 3개 계열사 작업장에서 노역에 종사하다가 1942∼45년 사망한 조선인들이다. 국민일보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오무타지부 단장인 재일교포 우판근(72)씨를 통해 이 같은 강제동원 사망자 명부(名簿)를 최근 입수했다. 이 명부는 미쓰이 측이 직접 작성한 것이다.
3개 계열사는 미쓰이광산 미이케탄광, 미쓰이화학공업 미이케염료공업소, 미쓰이전기화학 오무타공장이다. 이들 작업장은 미이케탄광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종의 콤비나트를 이루고 있었다.
이 중 미이케탄광에서는 3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부에는 이름, 나이, 사망일시, 본적지 등 네 가지 항목에 신원이 기록돼 있다. ‘金連守’ ‘張基赫’ ‘李龍鳳’ 등 원래 이름대로 표기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金田鍾淳’ ‘吳山且碩’ ‘金井河源’ 식으로 창씨개명된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어떤 사고나 질병으로 죽었는지, 그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기록이 없었다.
미이케염료공업소 사망자는 8명이다. 명부에는 이름과 사망일시, 담당 업무에 대한 항목이 있고 나이와 본적지는 아예 없었다. 사망 원인과 관련해서는 ‘爆死(폭사)’ ‘病死(병사)’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전기화학 오무타공장 사망자 명부에는 4명의 신상이 들어 있다. ‘敗血症(패혈증)’ ‘墜落(추락)’ 등 사인이 간단하게 기재돼 있다.
미쓰이 관계자를 통해 이 자료를 받은 우씨는 “이들 사망자 명부는 1957년 12월 작성됐다”며 “당시 재일본조선인연맹(조총련과 민단으로 분열되기 전 재일교포 통합단체) 오무타지부에서 미쓰이 측에 조선인 노무자 사망 자료를 강하게 요구해 각 계열사에서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씨는 “기업 측에서 규모를 줄였을 가능성이 높아 전체 사망자 숫자는 46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무타(후쿠오카)=특별기획팀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