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부산 여중생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0-03-09 18:45
가여운 우리 딸, 하늘도 우는구나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가엾고 불쌍해서 어쩌나….”
부산 덕포동 주택에서 실종된 지 10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이모(13)양의 영결식이 열린 9일 감전동 장례식장에서는 유족과 조문객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이양의 발인식은 봄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유족을 포함, 조문객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양의 어머니(38)가 다녔던 교회의 박정규 목사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양의 어머니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오열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유족들은 “어린것이 가엾고 불쌍해서 어쩌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양의 아버지(40)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딸은 꿋꿋하고 밝게 컸다”며 “범인은 꼭 잡아야 하고 법과 제도가 정비돼 다시는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 조문객은 “이양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 장례식장을 찾았다”며 “중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공부도 할 나이에 어른들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순백한 영혼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졌지만 이 영혼이 우리 나태한 어른들을 반성시키고 깨우치는 밀알이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이양의 모교였던 사상초등학교로 이동해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송규복 교장은 “빨리 범인이 잡혀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양을 애도했다. 선두구동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이양의 유골은 기장군 철마면 실로암공원묘지에 안장됐다.
이양의 장례식이 치러진 이날 인터넷에도 하루 종일 추모 열기가 이어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수많은 추모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천사임당’은 “조두순 사건 때도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딸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두렵다”며 “제발 성범죄자들이 재범을 할 수 없도록 방법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이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 검거를 위해 형사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갑호비상근무에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수사본부장을 사상경찰서장(총경)에서 부산경찰청 김영식 차장(경무관)으로 격상한 뒤 수사본부 내 38개 형사팀(228명)을 48개 팀(288명)으로 늘렸다.
또 지방청을 비롯한 14개 경찰서 소속 형사들에게는 100% 동원령을 내려 심야 수색과 함께 김길태와 관련한 112 신고가 있을 경우 즉시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건 현장인 덕포동 일대를 비롯한 부산 지역 범죄 취약지에 대해서는 권역별 책임제를 실시, 저인망식 정밀 수색을 벌이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