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원전수주 불꽃 경쟁
입력 2010-03-09 18:26
세계 원전 시장을 놓고 한·일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해외수주 확대를 위한 ‘광폭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은 원전수주를 위한 민·관 합동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 2일 특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한국형 원전 건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필리핀 정부가 현재 한국전력이 국제 공개매각 중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기자재 구입과 더불어 한국형 원전 도입 의사를 밝혔다”면서 “KEDO 기자재 가격은 장부상으로 7억 달러인데 입찰을 붙여봐야 가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리투아니아 국방장관 일행이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둘러봤다. 원전 건설을 구상 중인 리투아니아가 한국에 대해서도 투자 유치의사를 타진해 온 데 따른 것이다.
10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원자력정상회의 첫 번째 총회도 주목된다. 공동대회장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명예사무총장을 비롯해 토머스 그래엄 전 미국 무기통제 및 군축 대통령 특보 등 19개국 150여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모이는 비중 있는 행사다.
UAE 정부 원자력 국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근모 한국전력 고문은 9일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원자력 정책과 학술 분야가 다뤄지는 모임이지만 원전 수출국 반열에 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민관 공동으로 해외원전수주 전담 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과거 민간 기업 위주로 진행됐던 원전 수주를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해 말 민·관 총력체제로 나선 한국에 UAE 원전 수주를 빼앗긴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담회사 설립에는 일본 최고의 원전운영 노하우를 지닌 도쿄전력과 간사이 전력이 출자사로 참여한다.
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처럼 해외 원전 수주지원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가 하면 30년 만에 원전건설을 재개하는 미국과 사업 파트너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이수일 대외협력실장은 “공기단축과 사업비 절감 같은 한국 특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원천 기술과 정부·외교적 차원의 밀접한 지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