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현장을 가다-②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사 혁신… 팀장에 하위직급 대거 발탁
입력 2010-03-09 18:26
지난 1월 1일 새벽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80여명의 간부직원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LH사옥 뒤편의 불곡산 정상에 올랐다. 그 자리에서 이 사장은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룬다’는 의미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올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초대 사장에 취임한 이 사장으로서는 새해가 LH 경영 혁신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다짐이 필요했다.
취임 5개월을 넘긴 이지송식 경영 혁신은 지난 1월 19일 단행한 첫 인사에서 두드러졌다. 1급 직원 28명을 포함 1, 2급 직원 80명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1급 부서장 직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개 직위에 소관 업무에서 능력을 펼쳐온 2급 팀장을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이에 더해 139개 팀장급 직위에 하위 직급자를 대거 발탁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전체 428개 직위 중 322개 직위의 팀장 및 사업단장이 교체돼 전보율만 75%에 이르는 파격 인사였다.
파격 인사 뒤에는 구성원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선진화된 인사 시스템이 놓여있었다. LH는 특별인사실무위원회 및 보임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경영지원부문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 직급별·직군별·출신별 대표자 80명으로 꾸려진 특별인사실무위원회에서 주요 보직 대상자와 하위직 발탁 대상자 선정기준을 수립한다. 이후 부사장이 위원장이 되고 임원진으로 구성된 보임인사추천위원회를 조직, 인사기준을 고려해 보임 1차 대상자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다시 특별인사실무위원회에 공개해 검증받는다. 두 위원회의 검증을 통해 도출된 인사안은 사장을 비롯한 감사실장 등이 한 번 더 검증한다.
인적 쇄신과 함께 진행된 것은 ‘업무중심, 현장중심’의 조직 쇄신과 통합 공사로서의 조직 화합이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를 중심으로 처·실의 기능을 조정하고, 유사 부서를 통폐합해 8개 처·실 및 24개 팀을 과감히 축소했다. 또 본사 인원의 4분의 1인 500여명을 지역 본부 및 직할사업단으로 분산 배치해 현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LH는 통합 이전 기관별 고유사업 부문에도 부서 현원의 30% 이상을 전면 혼합 배치하고 수직적, 수평적 교차 배치 방식으로 인사를 실시해 조기에 조직이 융화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LH 기업문화운동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공사 통합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부채 해결 노력도 본격화된다. 조만간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 재무악화의 원인이 됐던 주요 정책사업을 비롯해 재무 분야 전반에 걸친 정밀 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불필요한 중복 자산과 미분양 재고자산의 조기 매각 등 자구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다.
LH가 이러한 내부 혁신과 함께 중점을 두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다. LH는 이달 중 전국의 만 60세 이상 고령인력(실버사원) 2000명에게 임대사업인력 도우미 역할을 맡게 해 노인 실업과 주거복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올해 말까지 2급 이상 임직원들의 월급여 반납분을 통해 모두 32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마련, 취약계층 및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소액서민금융지원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