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험성 알고도 사채업 투자해 돈 날리면 사기죄 성립 안돼”

입력 2010-03-09 18:13

사업방식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사채업에 투자해 돈을 날렸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사채업·부동산개발업체 F사의 감사로 재직하며 투자자들로부터 42차례 모두 19억여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F사가 높은 이율로 단기간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채업을 운영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었고 정씨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사업방식을 알려주는 등 피해자가 사업내용과 위험 정도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속여서 투자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2004년 고율의 수익금을 줄 능력이 없음에도 매월 투자금의 5%를 이자로 주기로 하고 안모씨로부터 19억15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정씨에게 무죄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정씨가 일반적인 사채시장의 상황에 비춰볼 때 새 투자자를 계속 유치하지 못하면 안정적으로 매월 수익금을 주지 못한다고 예상할 수 있었으면서도 투자금을 받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