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돈 받는 경관 무조건 형사입건

입력 2010-03-09 18:13

“당연한 조치” 환영 속 일각에선 “대외 홍보용”

경찰관이 성매매업소나 불법오락실 업주와 유착해 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입건 돼 수사를 받게 된다.

경찰청은 9일 “유착비리 혐의가 있는 경찰관은 사안의 경중이나 금품 수수 액수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형사입건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리 혐의자를 형사입건한 뒤 강제 수사권을 발동, 통화내역 및 계좌 추적을 실시해 유착의 뿌리를 뽑기로 했다. 경정 이상 유착비리 혐의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 경감 이하는 각 지방경찰청 수사과가 수사를 맡기로 했다.

경찰이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대대적인 감찰과 물갈이 인사에도 불구하고 유착비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찰조사 형태의 현행 징계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도 이번 조치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찰이 동료 경찰을 수사하면서 ‘온정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유착비리가 발생할 경우 검찰이 수사하거나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부 감찰조사로 징계 처분해왔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감찰조사만으로 징계할 경우 소청심사와 행정소송 과정에서 징계수위가 낮아지거나 복직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도 금품을 받았다가 파면 또는 해임된 경찰관은 131명이지만 25명이 소청을 통해 복직했다.

박화진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감찰에서는 업주 진술과 경찰관 자백 등을 근거로 징계처분을 내리기 때문에 나중에 진술과 자백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형사입건하게 되면 금품을 준 업자도 뇌물공여죄로 처벌할 근거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또 전국 경찰서장을 대상으로 매년 두 차례 직원 비리·복무위반 발생 건수, 예방 건수, 자체 사정활동 실적 등을 평가해 성과가 우수한 상위 5% 서장에게는 인사상 이익을, 하위 5% 서장에게는 서장 보직 배제 등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당연한 조치”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징계수위를 높인다고 비리가 근절되겠는가. 대외 홍보용”이라는 회의론이 엇갈렸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지금까지는 경찰의 유착 비리가 발견되면 썩은 사과 몇 개를 골라내는 식이었다”며 “이번 대책은 서장들이 나서서 비리 문화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보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일종의 응급조치를 내놓은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찰 외부에서 경찰관 비리를 신고·접수해 처리하는 외부 민원 접수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기영 이경원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