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대지진 이상현상 아니다”… 전문가들 “활성판 위에 대도시 많아 피해 커”

입력 2010-03-09 17:59

지난달 27일 칠레를 강타한 강진으로 제2의 도시 콘셉시온이 서쪽으로 3m 정도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대 연구진은 위치정보시스템(GPS) 분석 결과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콘셉시온이 기존 위치보다 서쪽으로 3.04m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도 서쪽으로 27.7㎝ 이동했고, 이웃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서쪽으로 4㎝가량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규모 8.8의 강진은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5번째로 강력한 지진이라고 분석했다.

칠레 정부는 이날 현재 이번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497명으로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180여명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진전문가들은 올 들어 아이티, 칠레, 대만, 터키 등지에서 잇따라 대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 뿐 이상현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화 ‘2012’처럼 지구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영국 더럼대학의 봅 홀즈워스 교수는 “한번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면 다른 곳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대지진은 정상적인 활동”이라며 “세상의 끝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6.0∼6.9 지진은 연평균 134차례 발생한다. 올 들어 지금까지 이 같은 규모의 지진은 40여 차례 발생해 예년보다 많긴 하지만 칠레 강진에 이은 여진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진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활성 지각판 부근에 세워진 인공 구조물이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활성 지각판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부실한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논리다.

로저 빌햄 미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4억명 이상의 인구가 지진에 따른 건물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도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