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예언자] 교도소 6년… 동물적 생존 투쟁 생생
입력 2010-03-09 17:46
고아로 소년원을 전전하다 19살에 6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들어간 말리크(타하르 라힘). 그는 감옥을 장악한 코르시카 출신 갱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뤼프)의 협박에 못 이겨 아랍계 레예브(레다 카텝)를 살해하고 진짜 범죄자가 된다.
영화 ‘예언자’는 19살 프랑스 아랍계 청년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6년 동안 몸으로 겪으며 깨친 생존법칙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또한 문맹에 잡범이던 말리크가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진짜 범죄에 눈 뜨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 세상물정 모르고 겁에 질려있던 말리크가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정글 같은 곳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생존하며 거물로 커 나가는 과정을 영화는 2시간34분에 걸쳐 정교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로 1995년 세자르영화제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발표작마다 칸과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는 오디아르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예리한 현실묘사를 통해 수준 높은 리얼리즘을 구현해냈다.
교도소라는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감을 준다. 신음이 난무하는 폭력신과 대사가 없는 교도소의 수업시간 장면의 교차를 통해 발생하는 영화의 리듬감도 좋다. 인종차별이 팽배한 코르시카 갱단에서 ‘더러운 아랍놈’으로 무시받던 말리크가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후반부의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신체검사, 마약, 인종차별 등 프랑스 교도소 생활에 대한 거침없는 사실적 묘사 역시 영화에 힘을 더하는 요소다. 실제 영화에서 보여지는 프랑스 감옥 내의 아랍계 수감자들의 생활 모습은 현재 프랑스 내의 아랍계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현실 속 문제들을 투영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은 타하 라힘은 어리버리한 초짜 재소자에서 거물로 커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말리크의 심리를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훌륭히 드러내며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예언자’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및 런던영화제 대상,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 열린 세자르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