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알면서 체결한 계약 보증금 不상환 약정은 무효”

입력 2010-03-08 19:04

위법한 줄 알면서 체결한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약정을 맺었더라도 이 역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8일 패션몰 밀리오레 운영사인 성창F&D가 ㈜신촌역사를 상대로 낸 보증금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성창F&D는 2006년 ㈜신촌역사와 일시불 임대료 750억원, 조건부보증금 75억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서울 신촌동 신촌역사 건물 일부를 30년 동안 빌리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민법 651조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20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양측은 이를 알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계약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대법원 판례를 사유로 해약을 요구할 때는 일시불 임대료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 건물이 완공돼 2006년 9월 상가가 개점했지만 보증금 지급 조건에 대한 양측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결국 법정 싸움에 이르게 됐다.

성창F&D는 “일시불 임대료 750억원 중 민법상 무효인 20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임대료인 250억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채권을 보유하므로 조건부 보증금 75억원의 채권과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신촌역사의 손을 들어주며 “20년을 초과하는 임대차기간이 법률상 무효임을 알면서 그에 대비하기 위해 약정을 명시적으로 한 사정에 비춰볼 때 약정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정은 강행규정인 민법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무효”라고 판단해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