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체 전달 괴수표 모두 가짜… 2009년 시중 나돈 위조수표와 동일
입력 2010-03-08 22:54
봉사단체 한길봉사회에 배달된 괴수표 4장(본보 8일자 8면 보도)은 모두 가짜 수표로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은 이들 수표가 지난해 시중에 나돈 1000억원권 위조수표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8일 “수표를 발행한 것으로 표기된 농협중앙회 서울 명일동지점이 확인한 결과 2003년에는 1000억원권 수표 자체를 발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봉사회에 배달된 수표는 일반인이 봐서는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보였지만 수표에 찍힌 1000억원 숫자(100,000,000,000) 모양이 농협중앙회에서 기계로 찍은 것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측은 “누군가 발행된 수표를 입수해 액면금액을 고친 게 아니라 금액이 적혀 있지 않은 수표 용지를 입수해 가짜 수표를 만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영진)는 지난해 말 위조수표를 사용한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소지했던 위조수표와 봉사회에 배달된 가짜 수표가 같은 수법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대량의 위조수표를 찍어낸 위조 조직이 있다는 단서를 잡고 이날 봉사회 김종은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수표 입수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1000억원권 수표 일부는 봉사회에 배달된 수표와 일련번호 및 발행 금융기관 지점까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지하철에서 주운 수표라고 하는 등 입을 열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같은 방식으로 위조된 1000억원권 수표가 서울 이외 다른 지역에도 풀려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과 별도로 서울지방경찰청도 봉사회에 배달된 수표 4장 가운데 3장(바가xxxxx760, 바가xxxxx762, 바가xxxxx763)의 진위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나머지 한 장(바가xxxxx756)은 지난 1월 대구지검이 농협중앙회 측에 진위를 확인, 발행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