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모든 성 범죄자 1대1 관리 추진한다는데…“또 뒷북… 여론진화用” 목소리

입력 2010-03-09 00:25

경찰이 아동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1대 1 전담관리체제를 모든 성폭력 범죄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33)가 두 차례나 성범죄 전과가 있었으나 경찰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러난 성범죄 관리 사각지대=강희락 경찰청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동 성범죄자뿐 아니라 일반 성범죄자까지 1대 1로 전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김길태는 (성범죄 관리의) 사각지대였다”며 “아동과 청소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른 성범죄는 관리가 소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 관리를 강화했다. 인터넷으로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 열람이 가능해졌고, 열람 대상 성범죄자 342명은 경찰이 1대 1로 전담 관리하면서 매월 동향을 확인하고 있다.

김길태는 1997년 9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아동 강간미수 혐의로 검거돼 이듬해 1월 징역 3년형을 받았다. 2001년에는 32세 여성을 성폭행했다가 특수강간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지난해 6월 출소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포함해 전과 8범인 김길태는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97년 아동 강간미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신상정보 제출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또 2001년에 저지른 특수강간죄는 피해자가 청소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없었다. 경찰은 우범자 매뉴얼을 통해 3번 이상 강간 및 강제추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만 김길태는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 역시 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3세 미만 성폭행 혹은 습관적 성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발찌도 김길태는 부착하지 않았다.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 수감돼 대상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현실적으로 모든 성범죄자를 전담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등급을 분류해 등급에 따라 1~3개월마다 한 번씩 동향을 살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모든 성범죄자를 관리 대상으로 할 경우 인권 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여성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시신에서 용의자 김길태 DNA 검출=경찰은 이양의 시신에서 채취한 타액 등에서 김길태의 유전자와 동일한 DNA가 확인됨에 따라 그를 피의자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인 부산 사상경찰서는 14개팀, 75명으로 추적 검거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검거 작전에 나섰다.

경찰은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검문검색과 수색을 강화하고 김길태의 연고지 등에 형사대를 급파하는 등 전국적인 공조를 펴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이양 집 부근 빈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은신 중이던 그를 놓친 것 외에도 두 차례 결정적인 검거 기회를 날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김길태가 친구 이모(33)씨가 운영하는 한 주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경찰을 배치하지 않은 바람에 검거하지 못했다. 또 지난 2일 오전 8시10분쯤 이양의 집 근처 2층에 사는 주민이 빈 집에서 김길태로 보이는 남성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검거에 실패했다.

김길태가 범행 이후 두 차례 경찰에 전화해 수사 상황을 살핀 사실도 드러났다. 김길태는 이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2시쯤 덕포시장 인근 아버지 집에서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전화를 경찰에 걸었다. 또 28일 오후 10시쯤 친구 이씨가 운영하는 주점 인근 공중전화에서 경찰에 전화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 수사상 ‘구멍’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이양의 종합부검 결과 나오게 될 사망 시점에 따라 경찰의 수사 방식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망 시점이 경찰의 공개수사 전환일(2월 27일), 공개수배일(3월 2일) 이후가 될 경우 경찰의 섣부른 공개수사와 허술한 검거 작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강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엄기영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