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광’ 꿈꾸는 중견기업들 변신 중… 영토 넓히고 신사업 진출
입력 2010-03-08 21:29
한 우물만 파던 중견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거나 다른 업종에 진출하면서 변신을 꿈꾸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와 같은 단일 사업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곳은 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8일 2680억원에 대구 동아백화점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38년 역사를 지닌 동아백화점은 대구백화점과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백화점으로, 현재 대구에서 백화점 4곳, 구미에서 백화점 1곳, 대구와 포항에서 대형마트 1곳씩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는 앞서 지난 5일 대구지역 테마파크 C&우방랜드를 인수했다.
80년 이화여대 앞 두평 남짓한 ‘잉글런드’ 옷가게에서 출발한 의류업체 이랜드는 94년 당산점 오픈으로 유통업에 진출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 의류업체 데코와 뉴코아, 해태유통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2006년 1조7500억원에 프랑스계 대형마트 까르푸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금난과 함께 2007년 434일간의 파업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후 2008년 홈플러스에 홈에버(옛 까르푸)를 팔아 위기를 넘겼고, 지난해 7월 한국콘도를 인수하며 건설부문도 확장해가고 있다.
이랜드그룹 고위 관계자는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게 박성수 회장의 생각”이라며 “M&A를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후발주자로서 선발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공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30주년을 맞는 웅진그룹도 신성장동력산업인 태양광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80년대 출판사업 1위를 바탕으로 87년 식품업, 89년 정수기사업에 뛰어든 웅진은 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영난에 직면했다. 웅진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제2의 도약을 했다.
웅진은 2007년 8월 극동건설, 2008년 새한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웅진그룹은 2006년 11월 설립한 웅진에너지를 통해 신성장동력사업인 태양광에너지 사업도 선도하고 있다.
1954년 설립 이래 80년대 말부터 외환위기 전까지 제화업계 시장점유율 50%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금강제화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탠디, 소다 등 살롱화 시장이 커지고 보세 브랜드들이 급증하면서 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강제화는 95년 비제바노, 98년 대양(랜드로바)을 인수하며 제화뿐 아니라 의류, 핸드백, 패션소품 등 대단위 패션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명동 땅부자’인 금강제화는 올해 50여년간 운영해온 명동점을 스웨덴 유명 패션 브랜드인 ‘H&M’ 2호점에 자리를 내주는 등 대대적인 매장 개편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1월 자회사 산하에 ‘갈라인터내셔널’을 설립, 아이폰 등 애플 관련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스비’ 명동점을 열었다. 금강제화는 애플의 공식 총판과 함께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를 맡고 있다. 최근엔 이탈리아 유명 패션 브랜드인 ‘브루노말리’를 도입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잡화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가 많이 들어오고 로드숍 형태의 보세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제화업계가 주춤한 게 사실”이라며 “매장 개편과 제품 다양화, 해외명품 브랜드 유치 등을 토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권지혜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