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서막인가… 中, 외환시장 개입 첫 시인-日, 통화 방어 움직임
입력 2010-03-08 18:49
‘달러패권에 대한 노골적인 문제제기인가, 새로운 환율전쟁의 서막인가.’
외환시장을 둘러싼 주요국 움직임이 심상찮다. 국제사회로부터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처음 공개 시인한 데 이어 일본은 ‘엔고(円高)’ 현상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깨고 통화가치 방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 재정지출 카드를 소진한 주요국이 대외수요를 살리기 위해 너나없이 외환시장 개입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8일 “그동안 재정을 풀어 경기급락을 막았던 각국 정부들이 국가신용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에 봉착하면서 외환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경기회복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자국통화 평가절상을 늦출수록 대외수요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은 올해 예산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한도를 6년 만에 처음으로 5조엔 가까이 늘렸다. 발행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떨어지는 것(가치 상승)을 막아줄 실탄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얘기다. 이는 외환시장에 일본 정부의 개입 의지로 읽히면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중국의 외환시장 관련 발언도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의 “경제위기 대처 차원에서 특수한 환율 결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발언도 오는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상 환율조작국 지정을 의식한 것이지만 가능한 위안화 절상을 늦추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상황정보부장은 “중국은 당분간 경기나 자산가격 과열에 유동성 조절로 대응할 것”이라며 “유동성만으로 조절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때 위안화 절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