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현욱]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정책 변화

입력 2010-03-08 20:02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취임 초만 하더라도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소위 균형전략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는데, 이는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국내외적 문제들로 인해 아시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지역 메커니즘을 통해 역외균형전략과 같은 소극적인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내정자의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정책은 ‘균형의 힘(power of balance)’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되었다. 과거 중국과 같은 아시아 강대국에 대한 견제를 위주로 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전략과 달리, 역동적이고 상호 연계되어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속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이 부상하는 강대국들과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미·중·일 3자포럼 구상 등과 같은 소지역주의를 통한 미국의 리더십 유지로 시도되기도 하였다.

소극적 균형정책에서 벗어나

하지만 이러한 초기 정책은 보다 적극적인 관여정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계기는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4개국 순방이었다. 도쿄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아시아정책의 기조를 발표하였는데, 요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이었으며, 이를 위해 지역 메커니즘을 통한 적극적 관여정책이었다. 즉,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으며, 적극적인 관여정책의 핵심에는 이러한 경제전략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과 아시아권 수출자들에게 의존했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하였으며,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시장이 개방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즉, 균형된 경제성장을 위한 폭넓은 개입정책인 셈이다.

적극적 아시아 정책은 2010년에도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1월 12일 하와이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리더십과 관여정책을 위한 5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미국동맹체제 및 양자 파트너십의 구축, 지역공동의 경제 및 안보의제 설정, 결과지향적 협력의 중요성 강조, 다자간 협력의 유연성 및 창의성 강화, 그리고 동 지역 주요기구에 미국을 비롯한 핵심 이해관계자 포함이다. 적극적 관여정책은 같은 달 21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캠벨 차관보가 밝힌 아태지역 관여에 대한 미국의 원칙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의 언급에서 중요한 점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굳건한 리더십 유지가 다양한 국제적 과제 해결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적인 관여정책을 펼쳤다. 7월에는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했으며, 11월에는 APEC정상회의에 참가했다. 또한 아세안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였으며, 미국·인도네시아 간 포괄적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구축하였다.

경제위기 극복 지렛대 기대

하지만 이러한 만족스러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이 놓여있다. 첫째는 일본과의 관계이다. 현재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일본 민주당 정부의 최종입장은 참의원 선거 이후인 8월경이나 되어야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미·일동맹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미·일관계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중국과의 관계도 난제이다. 위안화 절상문제, 대만 무기판매, 구글 검열, 달라이 라마 면담 등으로 인해 양국관계는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관계가 봉합되는 추세이나 양자관계의 불안정성은 수면아래에 지속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북한문제이다.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능성이 가시화되고는 있으나, 복귀 이후 북한핵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북한 권력승계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오바마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