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물급 정치인 지방선거 지원 ‘정중동’

입력 2010-03-08 21:45


당직은 없지만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유세 참여여부가 선거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다. 박 전 대표가 중립을 지킬 것이란 전망부터 선거를 아예 외면하는 ‘보이콧’ 방침을 정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8일 “선거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아직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았다”며 “최근의 보이콧이나 유세 거부 등의 얘기는 박 전 대표 흠집내기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가 앞으로 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30%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유세 참여 여부는 격전지에서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친박계 후보들을 도울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가 친이계 후보까지 적극 지원할 지는 미지수다. 세종시 문제로 갈등이 첨예화된 상태에서 ‘뭐가 예뻐서’ 친이계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여당이 참패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선거에서 수수방관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 직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권 핵심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최근 전국적인 인지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지원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공무원 신분으로서 중립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당분간 권익위 업무에 충실하고, 정치권 복귀는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거 국면이 어렵게 돌아갈 경우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 잔뜩 몸이 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주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선거 유세전의 전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김진표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출마 예정자 등이 ‘손학규맨’이어서 벌써부터 유세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당내 조직이 약한 손 전 대표로선 이들 후보자를 해당 지자체에 입성시켜야 차기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도 하다.

같은 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유세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 향후 다른 야당 또는 시민사회세력과의 제휴나 야권 단일화에 앞장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고문은 특히 선거 이후 있을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주류, 비주류의 갈등을 조정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립파로서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비주류인 정동영 의원 역시 복당 이후 첫 선거인만큼 당에 최대한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비주류 대표로서 주류 측과 공천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 문제가 원만하게 풀려야 유세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원유세에 나설 경우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