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경제적 종속 심화… 자칫 조차지 될 우려도

입력 2010-03-08 21:55

北, 中·러에 ‘나진항 추가 개방’ 파장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두만강 하류의 나진항을 개방하고 나선 것은 적극적인 대외 개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중국은 북한 대외 개방을 겨냥한 대북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동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북한의 대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등 정치적, 경제적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나진항 개방 의미=북한의 나진항 개방은 화폐개혁 조치로 사실상 도탄에 빠진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진항 개방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가 본격화하면 위안화 등 외화가 유입돼 경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또 이를 동력으로 나진 청진 김책 신의주 함흥 원산 남포 등으로 개발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 개방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 대상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들이란 점에서 사상 오염을 방지하면서 나진항을 경제개발의 거점으로 활용할 거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북한이 최근 국가개발은행을 출범시키기로 하고, 이 은행에 대한 투자 유치와 자금을 보장하는 경제연합체로 지정한 대풍그룹이 최근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국가개발은행을 출범시키면서 두만강 개발 계획을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권 투자를 이끌어내고 차후 서방 국가들로 확대해 가는 경제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의 대외 개방을 겨냥한 선점 차원에서 나진항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특히 지린(吉林)과 헤이룽장(黑龍江), 네이멍구(內蒙古)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곡물을 철도운송비보다 훨씬 저렴한 물류비용으로 동해를 통해 남방 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공을 들여왔다. 중국 정부가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추진해온 창춘(長春)-지린-투먼(圖們) 간 ‘창지투 선도구’ 개발 계획을 마련해 놓은 것도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나진항 개방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 3성의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리란 전망이다.

러시아도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석유, 천연가스 중간기지로서 나진항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의존도 심화 등의 문제점=북한이 경제적으로 숨통이 트이면서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고, 대외 개방에 나선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등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 대외교역 규모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나진항 개방이 나선시(나진+선봉군) 개발로 확대되고, 신의주특구 공동 개발로 이어지면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의 궁극적 목적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가진 북한의 미개척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지하자원 개발과 물류 등 기간산업 분야에 투자를 실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는 10월 착공 예정인 신(新)압록강대교 건설 비용(2900억원 상당)을 중국이 전액 부담하면서까지 북한을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 중인 자오롄성(趙連生) 단둥시장은 지난 7일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오는 10월 착공되며, 3년 안에 완공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나진항 선점이 미래 한반도 통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진항이 자칫 조차지(租借地)와 같은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