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유라시아·동남아·러시아 연결 ‘야심’
입력 2010-03-08 18:38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횡단 등 3개 고속철도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왕멍수(王夢恕)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이 국내 고속철도망을 17개 국가와 연결하기로 하고 관련국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공정원은 국영 학술기관이며, 왕 원사는 중국의 모든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속철도 전문가다.
왕 원사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종단철도, 러시아 대륙 횡단철도 등 3개 고속철도망을 구축키로 하고 주변국들과 이미 기술적인 협상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왕 원사에 따르면 유라시아 횡단 고속철도망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주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출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또 동남아시아 고속철도망은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을 기점으로 베트남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캄보디아가 철도망 복구 작업에 나서면서 중국과 동남아 6개국을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 계획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대륙 횡단 고속철도망은 중국 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시작, 러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3개 고속철도망이 연결되는 국가는 대부분 낙후돼 있다. 하지만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고속철도 건설 기술과 장비, 최대 시속 350㎞에 달하는 자국산 고속철도 차량 등 일부 비용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들 국가로부터 지하자원, 천연가스 등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미얀마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고속철도 건설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받는 대신 산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광물질인 리튬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3개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려는 것은 지하자원 확보 차원과 함께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의 서북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 같은 중국의 고속철도망 건설 프로젝트는 늦어도 2025년쯤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왕 원사는 내다봤다. 현재 3300㎞로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을 갖추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국내에 총 1만8000㎞에 달하는 고속철도망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