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 첫 공판… 검·변, 기소내용 반박·재반박 기싸움

입력 2010-03-08 21:42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렸다. 공판에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변호인단이 반박하고 다시 검찰이 맞서는 등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공판의 핵심 쟁점은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미화 5만 달러를 받았는지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 총리공관에서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한 뒤 곽 전 사장과 단둘이 남아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 자리는 모든 진실을 걸고 살아온 삶 전체를 심판받는 자리”라며 “지금까지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은 “총리공관은 의전이 엄격해 차량이 빠져나가는 순서까지 다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둘이 남아있을 수 있단 말이냐”며 “한 전 총리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팀 막내 검사가 대한통운 수사를 하던 중 우연히 한 전 총리에 관한 진술이 나온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돈을 줬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전 보좌관 강모씨에 대한 검찰 내사 기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똑같이 돈을 줬다고 진술한 사안에서 어떤 것은 기소하고 어떤 것은 기소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내사 사건 기록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5만 달러의 용처에 대해 “한 전 총리와 가족 등은 여러 차례 해외에 출국한 적이 있는데도 환전한 내역이 전혀 없다”며 “아들의 어학연수 비용 등으로 돈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에 금융거래 사실 조회를 요청했으며 유일하게 받은 산업은행의 회신에는 한 전 총리 측의 환전 내역이 없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그런 사실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에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 등의 피의자 신문 영상녹화물과 곽 전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 기록 공개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록 공개를 거듭 거부하자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사건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 분명하지 않고 어떻게 썼는지도 간접증거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관련 기록을 공개하면 검찰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