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로, 아카데미 82년 첫 여성 감독상… ‘허트 로커’ 작품상 등 6개 부문 석권
입력 2010-03-08 22:10
제8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승자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였다.
‘허트 로커’는 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각본상, 음향 편집상, 음향 효과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허트 로커’를 연출한 여성 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의 일상을 그린 ‘허트 로커’는 주인공 윌리엄 하사를 중심으로 이라크의 오늘과 파병 군인의 정신상태를 다룬 전쟁 영화다. 비글로는 패트릭 스웨이지, 키아누 리브스 등이 출연한 ‘폭풍속으로’(1991)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허트 로커’는 비글로가 2001년 ‘K-19:위도우메이커’의 흥행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며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사실적이고 강렬한 영상과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연출로 호평 받았다.
비글로의 남편이었던 제임스 캐머런은 ‘아바타’로 ‘허트 로커’와 함께 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미술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여우주연상은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흑인 소년을 입양해 미식축구 스타로 키워내는 리 앤 역을 연기한 샌드라 불럭이 거머쥐었다. 남우주연상은 ‘크레이지 하트’에서 한물간 가수 역을 소화한 제프 브리지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1971년 ‘라스트 픽처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모두 네 차례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수상에 실패하다 이번에 처음 수상하는 감격을 누렸다. ‘크레이지 하트’는 주제가상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올해 열린 골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상에서 각각 남녀조연상을 받았던 크리스토프 왈츠와 모니크에게 돌아갔다. 왈츠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바스터즈:거친녀석들’에서 유태인 사냥꾼 한스 란다 대령 역을 소화했으며 모니크는 ‘프레셔스’에서 주인공 프레셔스를 핍박하는 어머니 메리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특히 모니크는 흑인 여배우로는 5번째로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흑인 여배우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해티 맥대니얼이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여우주연상은 할리 베리(몬스터볼·2002)가 유일하다. ‘프레셔스’는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각색상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도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며 역시 2관왕에 올랐다. 외국어영화상은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이 연출한 아르헨티나 스릴러물 ‘시크릿 인 데어 아이스’에 돌아갔다.
양지선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