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목숨건 투표’ 세계가 경탄… 각국 언론 총선 열기 찬사
입력 2010-03-09 00:28
‘이라크인, 폭탄도 겁내지 않고 투표하다.’(AP)
‘세계 지도자들이 그들의 용기를 칭송하다.’(텔레그래프)
폭탄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7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에 대해 세계 언론은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이는 7년간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 이후에도 이라크가 독립적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자생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무장단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향한 것은 무장세력의 근본적인 기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에서는 이날 전국 18개주 1만여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가 실시됐다. 하지만 바그다드와 팔루자, 바쿠바 등지에서 무장세력에 의한 로켓탄과 박격포탄 공격으로 민간인 3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등 핏빛 선거일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표율은 예상보다 높았다.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2005년 총선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라지 알-하이다리 이라크 선관위원장은 투표율이 55∼6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이라크 정정의 안정성을 가름하는 시험대로 보았던 미국은 크게 환영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투표 참여를 위협하는 폭력행위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한 수백만 이라크인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들의 투표 참여는 이라크인이 정치적 과정을 통해 이라크의 미래를 가꿔나가기 위한 선택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치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 보안군이 총선 과정에서 강화된 치안능력과 전문성을 보여줬다”면서 “내년 말까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미군은 올 8월까지 전투 병력을 철수하고 내년 말까지 나머지 잔류 병력도 철수키로 예정돼 있다.
이라크 정치의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과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각 구성 등 새 정부 출범에 몇 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