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핏빛 종교충돌, 500명 사망… 기독교-무슬림간 분쟁 두달만에 재발

입력 2010-03-08 21:32


“새벽 3시쯤 무장 괴한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잠자는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라는 의미였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자 그들은 칼을 휘둘렀다.”

나이지리아 플래토주(州)의 주도 조스 부근 도고 나하와 마을의 주민인 피터 장은 지난 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또다시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충돌이 벌어지면서 사망자가 500명 이상이나 된다고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희생자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이날 도고 나하와 외에 랏삿, 조트 등 모두 세 곳의 기독교도 마을이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고 전했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부통령 겸 대통령 대행은 사고 직후 플래토주와 인근 주의 보안군 전체에 적색 경보령과 함께 무장 괴한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경찰과 군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의 동기에 관해 정확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BBC는 “이번 습격이 지난 1월 유혈 충돌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적십자사 대변인 로빈 와우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이슬람 사원을 짓는 문제로 조스 지역에서 무슬림과 기독교도들이 무력 충돌해 3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 갈등의 역사는 깊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각각 남부와 북부를 근거지로 세력을 형성했고,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나이지리아 약 1억4000만 인구 중 기독교도는 40%, 무슬림은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조스를 비롯해 중북부 지역은 두 종교의 세력이 엇비슷해 분쟁이 잦다.

양측 신도의 반목은 ‘토착민’과 ‘정착자’로 나뉘면서 더 깊어졌다. BBC는 무슬림이 이 지역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정착자’ 취급을 받으며 선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불만은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LAT와 알자지라 방송은 겉으론 종교적 갈등이지만 식량·농지 문제가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독교도 마을 피습은 대부분 무슬림이면서 나이지리아 최대 유목민 부족인 하우사 풀라니족에 의한 것이었다. 최근 북부지역에 무슬림 유목민들은 인구 증가로 식량과 목축지가 줄면서 기독교도가 거주하는 남쪽지역으로 내려와 약탈을 벌이곤 했다. 따라서 식량 문제 때문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 외신들이 많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