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에너지 사업서 새 항로 개척

입력 2010-03-08 21:23

미래 잠재력 커… 조선시장 불황 장기화땐 한계 있을수도

대우조선해양은 8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정부와 함께 4000만 캐나다달러(약 440억원)를 출자, 풍력발전기 생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바스코샤주 현지에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세워 연간 600여개 풍력발전기용 블레이드(날개)와 250여기 타워(몸체)를 생산, 2억3000만 캐나다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대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눈길을 돌리는 곳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수주 침체, 선가 하락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세계 1∼2위 조선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일반선박 수주 실적이 1척도 없다. 삼성중공업 측은 “최근 발주되는 선박을 보면 대형 조선사로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소형 선박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 기술교육원 내에 국내 최초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및 풍력발전 실험장비 등을 갖춘 실습실을 완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출할 수 있게 돼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전북 군산에서 국내 최대인 연산 600㎿ 규모 풍력발전기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 올해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발전 시스템까지 태양광 전 분야에서 일관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최근에는 현대종합상사 인수로 해외 자원 개발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예멘 원유 개발과 카자흐스탄 가스전 개발 사업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풍력업체 드윈드를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드윈드를 통해 미국에서 3000만 달러 상당의 풍력발전기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연간 35기가와트(GW)의 전력을 풍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북미 지역은 앞으로도 연평균 17%의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 DSNE ENR을 통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생산유전 지분도 인수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풍력발전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거제조선소에서 제작한 2.5㎿급 풍력발전 설비 1호기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풍력에너지 추진선박 개발, 부유식 풍력발전 단지 사업 등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연간 800기의 풍력발전 설비를 생산, 매출 3조원으로 세계 7위권 풍력발전 회사에 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잠재력이 큰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되는 만큼 조선시황 불황이 장기화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