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잇따른 가격 할인 전략은… 1위 제품 타깃 ‘할인 도미노’ 효과 노려

입력 2010-03-08 21:22

2,3위 업체 자연스런 동참 이끌어

CJ제일제당 ‘햇반’,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올 초 신세계 이마트가 ‘신(新) 가격정책’을 표방한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생활필수품 가격을 인하할 때마다 품절논란을 불러왔던 업계 1위 제품이다. 1위 제품이 할인행사를 하면 2, 3위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할인할 수밖에 없다는 ‘할인도미노’를 겨냥한 전략이다.

대형마트 3사가 벌이고 있는 가격할인 경쟁의 타깃은 업계 대표 제품이다. 대형마트로선 이른바 ‘거물’을 잡아야 소비자에게 질 좋은 상품을 항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할인 취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업계 1위 제품을 할인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할 경우 가격할인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마트가 업계 1위 제품을 할인대상으로 정한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놈만 골라 때린다’는 영화 대사처럼 소비자 체감도가 큰 대표적인 제품의 가격을 내려야 할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제품의 가격인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라면이다. 이마트가 지난 4일 신라면 1상자(20개) 가격을 1만1680원에서 1만630원으로 9.0% 인하한다고 밝히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이마트보다 20원 싸게’, ‘이마트와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의 25%를 차지하며 지난해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독보적인 제품. 1986년 출시 후 지금까지 한번도 할인 판매된 적이 없다. 신라면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할인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안돼 일부 매장에서 품절 소동이 빚어졌고, 매출은 급증했다.

이마트는 마진을 줄이는 대신 ‘신라면도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례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조기품절에 따른 비난여론도 있었지만 ‘역시 이마트’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도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절대지배력을 가진 제품은 유통업체가 을의 위치에 있었다”면서 “신라면의 할인판매는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업계 1위 제품을 할인판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면에 이어 업계 관심은 이마트가 소주업계 1위인 진로 ‘참이슬’을 할인판매에 동참시킬 수 있느냐 여부. 주류 출고가는 국세청이 정하지만 판매가는 업계가 정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정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참이슬 값도 내려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대표 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면 경쟁업체나 후순위 제품 가격도 내려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해 결국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