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골 세리머니 하지 말라고? 왜?
입력 2010-03-08 21:54
‘2010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석 달 앞둔 상황에서 불교계가 크리스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축구협회 등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기독교계는 “신앙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즉각 반발했다.
8일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조계종은 지난 4일 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종교 행위 개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 명의의 공문에는 “3월 19일까지 입장을 밝혀 달라”는 요청과 함께 기도 세리머니와 관련된 언론보도도 첨부됐다.
종평위는 공문에서 “선수 개인의 종교 생활도 존중돼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돼야 한다”며 “선수들에 대한 사전교육을 통해 기도 세리머니 등의 종교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중계방송에서도 특정 종교 편향적 발언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국가대표는 공인이기 때문에 신앙 표현에도 주의해야 한다”며 “축구협회에 예방책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불교계에 전혀 해가 되지 않음에도 선수 개인의 신앙 표현을 막겠다는 것은 종교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세리머니 중에는 반지 세리머니, 민속춤 세리머니 등 다양한 것이 있으며 기도 세리머니 역시 이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이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 오히려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공문이 막 접수돼 내부 검토가 안 됐고, 현재 대표팀이 소집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우편으로 접수돼 일단 훈련지원팀에 이첩은 시켰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축구대표 선수 중에는 이운재 이영표 박주영 기성용 선수 등이 독실한 크리스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종종 그라운드에서 기도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앞서 조계종은 지난달 24일 SBS 제갈성렬 해설위원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중 “주님께서 금메달을 허락하셨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SBS의 공식 사과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요구했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