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시위 피해 배상청구는 당연
입력 2010-03-08 20:01
노무현 정권 때에는 불법폭력 시위로 경찰관이 다치거나 경찰버스가 불에 타도 경찰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내야 했다. 당시 집권세력 입장이 시위대 폭력에 민·형사상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폭력시위로 법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은 변했다. 형사적 처벌과 병행해 대규모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집회 주최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노총에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한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최근 대법원 판결로 피해액 전부를 받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찰이 민사적 책임을 묻는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불법 시위로 작은 피해를 입었더라도 예외 없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강 청장의 발언은 여러 모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폭력 시위대에 의해 경찰이 피해를 입었는데 국민 세금으로 이를 복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법을 우습게 여기고, 폭력을 사용하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관철하려는 집단을 위해 소중한 세금이 쓰이는 꼴 아닌가.
경찰의 피해는 과격 시위로 인한 것인 만큼 민사 대응은 폭력 시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진다면 진압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죽봉을 휘두르는 행동이 점차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불법 폭력 시위가 2008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경찰 부상자가 11.6% 감소한 이면에는 18건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가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경찰의 분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종전까지 유명무실했던 폴리스라인이 제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후진적 시위문화를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는 국가 브랜드 및 대외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강 청장이 언급한 ‘집회·시위 현장 쓰레기 제로 운동’도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