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못가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입력 2010-03-08 20:01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조사해 밝힌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 취학실태는 놀랍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다문화가정 취학연령 자녀 4만2676명의 초·중·고 평균 재학률은 82%에 머물렀다. 고교 재학률은 일반 학생들보다 무려 22% 포인트나 낮았다. 특히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뒤늦게 한국국적을 취득한 부모를 따라 입국한 ‘중간입국자녀’의 재학률은 47%에 그쳤다.

그들의 높은 탈학교율은 범죄나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학교를 떠난 학생의 상당수는 가출해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조직 폭력과 성매매 등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이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는 으뜸 이유는 언어문제다. 일반 학생들처럼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권 교육에 편입되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다. 자연히 성적은 나빠지고 학업에 흥미를 잃게 된다. 게다가 일반 학생들로부터 ‘왕따’와 폭력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학교 생활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난 자녀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가정에서라도 관심과 돌봄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982명의 중간입국자녀들에겐 이런 완충지대마저 없다. 대부분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왔지만 새 아버지 집안으로부터도 배척받아 가정과 학교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은 안 보이니 딱하다. 미국의 경우 이민자나 그 자녀들은 어학코스를 밟게 하거나 학교 안에 특별반을 운영, 집중교육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민자와 자녀들은 언어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미국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만을 위한 대안학교나 정규 학교 내에 이들만을 위한 맞춤형 학급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다문화 가정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 가정의 자녀들이 우리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일은 국가 장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