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제5 연료

입력 2010-03-08 19:58

20세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다. 시작은 미국 포드자동차회사였다. 1910년 업계 3위인 포드사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 3년 만에 정상에 올라섰다. 비결은 기계화·자동화된 조립 공정과 비숙련공의 결합, 표준화된 T형 자동차의 대량생산 등으로 요약된다.

생산비 절감으로 고수익을 얻은 포드사는 생산성 임금연동제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많은 임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앞을 다퉈 자동차를 샀다. 차가 생기자 그들은 교외의 넓고 쾌적한 집을 원했고, 그 집을 채울 수많은 내구재를 샀다.

대량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대량생산-고임금-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생산방식, 이른바 포드주의(Fordism)의 등장이다. 대량소비는 대량생산을 다시 자극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와 투자라는 총수요가 총공급을 강화하는 틀이 마련된 것이다.

문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대가다. 대량생산을 위한 자연자원의 과다 사용, 그 과정에서 방출되는 잔여물과 대량소비로 배출되는 폐기물의 존재다. 자연의 정화능력을 웃도는 대량폐기 앞에서 포디즘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자연은 보통 그 자체로 생성-발전-폐기-정화-생성의 순환 구조를 이루지만 포디즘은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일방통행형 구조가 특징이다. 지금 세계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일방통행형 포디즘 사회를 극복하고 순환형사회를 지향한다. 요즘 부쩍 강조되고 있는 녹색성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순환형사회는 크게 세 가지 기본조건이 필요하다(노광욱 외 ‘순환형사회 형성의 정책과 제도’ 2010). 천연자원 사용 감축, 친환경적 생산, 폐기물 감량(Reduce) 재사용(Reuse) 리사이클(Recycle)의 3R 추구다.

‘제5 연료’(The Fifth Fuel)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제5 연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등장한 연료다. 다만 그것은 새 에너지가 아니라 기존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적 사용으로 생기는 ‘남는 에너지’(Negawatts)다.

네가와트는 에너지 단위 ‘watt’와 에너지 절약을 뜻하는 ‘negative’가 결합된 말이다. 전구를 빛 효율이 좋은 발광다이오드로 교체하기,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등이 전부 여기에 속한다.

제5 연료는 우리나라에 가장 절실하다. 석유소비 세계 6위,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소비 세계 9위, 2007년 에너지 총수입 규모 950억 달러 등이 우리의 참담한 에너지 관련 성적표다. 각자가 매일 실천 덕목을 하나씩 늘려가야 할까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